경찰역사순례길

5·18민주화운동 당시 안병하 전남경찰국장은 “경찰이 4·19 때의 과오를 다시 저지를 수 없다.”며 신군부의 무장 강경진압 지시를 거부하고 끝까지 시민들을 보호하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안병하 국장은 신군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강제사직 당했고, 1988년 10월 10일 고문 후유증으로 끝내 순직하였습니다. 2019년 5월 18일 전남지방경찰청에서는 안병하 치안감 흉상을 비롯하여 시위 군중의 버스에 치어 순직했던 함평경찰서 정충길 경사, 이세홍·박기웅·강정웅 경장 등 순직경찰 4명의 부조상을 제작하여 ‘안병하 공원’을 조성하였습니다. 불의한 지시를 단호히 거부하여 민주적 가치를 지켰던 안병하 국장과 전남경찰들의 의로운 정신은 ‘민주경찰’의 진정한 표상입니다.

임시정부 핵심요인 일강 김철 선생은 임시정부경찰 조직인 의경대의 주요 간부였습니다. 김철 선생은 가산을 처분하여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하고 임시정부 군무장, 재무장 등을 역임했던 대표적 항일 애국지사였습니다. 또한, 그의 조카 김석 선생도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지원하는 등 임시정부에서 활동했고 의경대 간부로서 임시정부경찰이기도 했습니다. 이 기념관은 김철 선생의 고향인 전남 함평군 신광면 함정리에 조성되었고, 김철 선생의 생가와 상해임시정부 청사 내·외부를 복원해 놓아 임시정부경찰 등 조국 독립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쳤던 당시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항일 투쟁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안병하 국장과 전남경찰들은 극도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군부의 무장 강경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끝까지 시민들을 보호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안병하 국장은 고문을 받고 강제사직 당한 후 고문후유증으로 순직하였고, 전남경찰들은 191명이 징계와 강제해직되는 등 대대적인 문책과 처벌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5?18민주광장 안의 옛 전남도청 본관 뒤편에는 신군부의 무장진압 지시를 거부하고 민주경찰의 표상을 실천한 옛 전남경찰국이 소재해 있던 건물이 있습니다.

6·25 당시 영월화력발전소가 적의 수중에 넘어간 이후 칠보발전소(현 섬진강수력발전소)는 ‘마산 미군 발전함’과 함께 남한에 남은 2개뿐인 발전시설 중 하나로서 적에게 점거 당하면 치명적인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1951년 1월 무장공비 2천여 명이 발전소를 포위하자 차일혁 경감은 전투경찰 75명을 이끌고 발전소 내 아군과 함께 목숨을 건 치열한 교전 끝에 공비를 격퇴, 칠보발전소를 사수하는데 성공합니다. 칠보충혼탑은 이후에도 계속된 공비들의 지속적인 공격을 끝까지 저지하는 등 발전소를 지켜내다 순국한 69명 등 호국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1954년 6월 25일 건립하였습니다.

라희봉 경감은 1949년 경찰에 투신하여 1951년 순창경찰서 쌍치지서장으로 부임했습니다. 당시 쌍치면 국사봉 일대에는 북한군 패잔병과 공비들이 활개치고 있었는데, 라희봉 경감은 부임 직후 1951년 7월과 10월에 공비들을 소탕하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1952년11월20일에는100여명의 경찰들과 쌍치면 오두봉고지 수색 중 700여 명의 공비와 맞닥뜨려 싸우다 수류탄에 맞아 중상을 입고 사흘만에 전사하였습니다. 2001년 5월 라희봉 경감을 추모하기 위해 출신 학교인 진안 부귀초등학교 교정에 흉상이 건립되었고, 국가보훈처는 2012년 11월 이달의 전쟁영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6·25전쟁 이전인 1949년, 공비 침투가 잦아 피해가 이어지자 이에 대비해 이창준 산서지서장 등이 축조한 보루입니다. 석재를 사용하여 벽체를 축조하였으며, 상·중·하단에 각각 4개의 총구를 엇갈리도록 설치하여 사방을 감시하고 적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경찰 및 향토방위대가 공비들과 치열한 교전 도중 15명이 전사하였습니다. 비좁은 통로와 계단을 지나 보루 위로 올라가다 보면 중간 중간 뚫려있는 총구 사이로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데 이곳 보루에서 적을 감시하던 당시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곳은 2005년 6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국가등록문화재 제190호로도 지정·관리되고 있습니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 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 6·25 당시 남부군 토벌작전에 참가하여 빨치산의 근거지가 될 수 있는 화엄사를 불태우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차일혁 경무관이 남긴 말입니다. 당시 차일혁 경무관은 화엄사를 불태우라는 명령에 대해 공비들의 은신처로 이용될 수 없도록 사찰 문짝만 떼어내 불태우는 기지를 발휘해 천년사찰로 귀중한 문화재인 화엄사를 지켜냈습니다. 화엄사에서는 2013년에 차일혁 경무관 공덕비를 건립하고 이러한 공덕을 기리고 있습니다. 한편, 정읍 칠보발전소 탈환작전, 지리산 빨치산 토벌 등에서 맹활약한 차일혁 경무관은 2019년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되었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하고 북한군이 한 달여 만에 여수방면까지 진출하자 곡성경찰서에도 퇴각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한정일 곡성서장은 “주민을 버리고 철수 할 수 없다.”며 520명의 곡성경찰전투대를 조직하였고, 태안사에 주둔하다가 1950년 7월 29일 북한군 기갑연대를 기습하여 적 52명을 사살하고 3명을 생포하는 등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는 패전을 거듭하던 6·25전쟁 초기 대표적 승전이었고, 이를 기리기 위해 2000년 11월 30일에 경찰승전탑을 건립하였습니다. 국가보훈처는 한정일 서장을 2015년 3월 이달의 전쟁영웅으로 선정하였고, 2019년 6월에는 한정일 서장 동상이 건립되었습니다.